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은 북한을 ‘불량국가’라 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적대적 언행, 정치적 도발”로 규정하고 “세계에서 가장 불량한 국가”는 미국이라고 맞받았다.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 고위 인사를 실명 비판한 첫 공식 담화다.

북한 외무성은 3일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최근 미 국무장관 루비오라는 자가 어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열거하는 와중에 우리 국가를 그 무슨 ‘불량배국가’로 모독하는 망발을 늘어놓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15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 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40대 독재자”라고, “모스크바, 테헤란, 평양의 독재자들과 불량국가들”이라는 표현으로 북한을 ‘불량국가’라 규정한 바 있다. 북쪽은 루비오가 장관에 정식 취임하기 전인 이 청문회 발언에는 아무런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으나, 지난 30일 미 언론인 메긴 켈리와 인터뷰에서 북한을 다시 ‘불량국가’라 부르자 공식 비판 담화를 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루비오의 저질적이며 비상식적인 망언은 새로 취임한 미 행정부의 그릇된 대 조선 시각을 가감없이 보여줄 뿐”이라며 “늘 적대적이었고 앞으로도 적대적일 미국의 그 어떤 도발 행위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그에 상응하게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불량한 국가가 남에 대해 불량하다고 걸고드는 것은 터무니없는 어불설성”이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루비오의 정치적 성향이나 미국의 체질적인 대 조선 거부감에 비춰 그의 발언은 새로운 것은 아니며 그에게서 우리에 대한 좋은 말이 나왔더라면 더 놀라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는 노동신문에 실린 공보문을 통해 “얼마전 미국이 미사일방위체계를 더욱 확대할 데 대한 구상을 발표한 것”은 “새 미 행정부의 패권적 기도가 집권 첫날부터 뚜렷이 표출”된 것이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가중되는 군사적 위협에 군사력 강화로 대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공보문에서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추진하고 있는 극초음속요격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고고도미사일방위체계인 ‘싸드’와 같은 첨단군사장비들을 더 많이 배비하려는 미국의 책동이 보다 우심해지리라는 것은 불보듯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외무성 연구소가 “(동북아) 지역 나라들의 안전상 우려를 자극할 패권적 기도”라 비난한 미국의 ‘미사일방위체계 확대’ 방침과 관련해 “집권 첫날부터”라는 표현을 쓴 데 비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지난달 20일 ‘미국을 위한 아이언돔’ 행정명령에 서명한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을 입에 올리지 않은 채 “새 행정부의 패권적 기도”라고만 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종교적 광신자가 아닌 ‘똑똑한 남자’(smart guy)”라며 “그한테 연락할 것”이라고 하는 등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대북 대화 신호를 발신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으며 비판의 수위를 조절한 셈이다.

루비오 장관의 ‘불량국가’ 발언을 비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북녘의 일반인은 접할 수 없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렸고, 외무성 연구소의 공보문은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로 당원과 일반인의 필독 매체인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트럼프의 재선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 8기11차 전원회의(2024년 12월23~27일)에서 미국을 “반공을 국시로 삼고 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 실체”로 규정하고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email protected]